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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하는 시간
Price per Unit (piece): KRW 14,500
USD 10.22
Author: 김혜련
Publisher: 서울셀렉션
Pub. Date: Jul 2019
Pages: 316
Dimensions (in inches): 5.11 x 7.67 x
ISBN: 9791189809089
Language: Korean
Quant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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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있나요? 당신

여자가 쓰는 집, , 몸 이야기

일상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삶을 치유하는 진짜 자기계발서

 

 

일상의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을 견디어야 하는 그 무엇으로 생각하는 한, 삶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그런 일상이므로. 밥하기 싫고 청소하기 싫고 일하기 싫고. 그런데 지루한 반복이 아닌 그 무엇이 세상이 있던가? 해는 매일 같이 뜨고 지고, 하루에도 수차례 밥을 하고 밥을 먹고, 아침저녁으로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우리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복되는 노동에 삶은 고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기 아닌 저 너머 다른 곳, 다른 시간을 꿈꾼다. 그 꿈만으로 우리의 빡빡한 삶을 지탱하기는 공허하다. 저 너머는 언제나 저 너머일 뿐 지금 여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 여기의 삶을 우리에게 돌려줄 수 있는 일상의 가장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밥이고 집이고 몸이고, 일이고, 공부이고, 다른 생명과의 관계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을 들여다보고 그 진짜 의미를 회복하고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삶을 치유하고 회복한다. 이것이 자신의 삶을 위한 진짜 자기계발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해

밥하는 시간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시간을 밥을 하고 밥을 먹으며 보낸다. 밥하는 시간이 밥 먹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데 우리의 삶이 행복할 수 없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통통한 밥알의 무게, 쌀 알갱이가 톡 터지며 씹힐 때 입 안 가득 빛이 도는 듯 환한 느낌. 베어 물면 사르르 녹는 호박 고구마의 다디단 맛, 감자가 으깨지도록 푹 익혀 먹는 강원도식 고추장 감자찌개.”

이른 봄에 씨 뿌리고 물을 주고, 햇빛과 비를 받고 자라는 모습을 매일매일 지켜본 생명들이 놓여 있는 식탁. 내 손으로 기르고, 내 손으로 거둔 생명을 요리해 차린 밥상. 우리가 회복해야 할 밥의 시간이다.

밥하고 밥 먹는 충만한 시간의 부재는 단지 밥의 부재가 아니라 삶의 부재이다. 삶의 회복은 자신을 위한 따뜻한 밥의 회복에서 온다.

 

절망의 반댓말도 일상

한 철학자는 행복의 반댓말은 일상이라고 했다. 저자는 반대로 절망의 반댓말은 일상이라고 한다. 수많은 삶의 절망과 고통 속에서 저자가 찾은 해답은 일상이었다.

일상의 소소하고 작은 것들과 맺는 단단한 관계에서, 정성스런 태도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구할 수 있다. 삶은 언제나 우리가 벗어나고 싶은 과거도 아니고, 오지 않을 미래도 아니고 지금, 여기 있다. 그리고 지금을 사는 삶은 절망하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이 책은학교종이 땡땡땡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의 작가 김혜련이 20여 년간의 교사생활을 접고 경주 남산마을에서 백년 된 집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고, 살림을 하고, 자연과 만나는 일상을 담았다. 저자는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로 삶을 탐구하고, 일상을 탐구한다. 혼자 먹는 밥상에서 늦가을의 햇살과 따뜻한 땅속의 기억을, 청소를 하며 집과 가구의 직접적인 감촉을, 아궁이에서 불을 때며 존재의 위엄을 본다. 저자는 일상의 사물에 대한 몸의 감수성과 감각을 되찾는 것이 삶을 되찾는 것이라 한다. 감각한다는 것은 사물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이고 직접적 만남은 삶을 견고하고 풍성하게 한다. 그래야 세상의 기쁨이, 작고 소중한 것들이 보이고 삶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을 얻는 건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저자는 일상을 이해할 새로운 개념을 이야기하고 이를 다시 일상을 살면서 확장시킨다. 공부하고 배운 것을 일상으로 살아보고, 살면서 다시 배우고. 이 반복적인 과정들이 우리의 삶을 단단하고 새롭고 창조적으로 만들어준다. 세상의 모든 삶은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저자 소개

김혜련 삶이 고통스러워 삶을 탐구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마주보기 어려워 환상을 찾아 헤맸다. ‘여기아닌 저기를 갈망했다. 그 절망의 끝에서 여기로 내려왔다.

이십여 년간 국어 교사로 살았고 삼십 대에 여성학을 만났다. ‘또 하나의 문화한국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하고, <여성신문> 등에 글을 썼다. 마흔 후반에 교사 생활을 접고 수행하러 입산했다. 오십에 경주 남산마을에서 백 년 된 집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며 사는 일상을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연재했다. 현재는 경주보다 자연이 더 깊은 곳으로 옮겨와 잘 늙어 가는 일을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는 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 학교종이 땡땡땡, 결혼이라는 이데올로기, 학교붕괴가 있다.

차례

프롤로그 _ 한 끼의 밥

1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다시 집으로 15 | 내게로 돌아오는 길 20 |집의 기억 26 | 천 년의 시간을 품은 마을 32

| 삶의 흔적을 새긴 집 38

2집을 짓다

백 년 된 집 47 | 집을 고치다 53 | , 첫날밤 60 | 집들이를 하다 66 | 내게 너무 낯선 71

| 아는 것과 사는 것 78

3몸을 읽는 시간

몸의 발견 89 |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95 | 내 몸의 기억99 | 내 몸의 기억105

몸 잔혹사 110 | 몸으로 사는 삶 115 | 걷기의 재발견 122 | 몸이 만드는 단단한 일상 128

4밥하는 시간

밥의 발견 137 | 밥의 기억 143 | 밥의 세계 149 | 밥의 언어 154 | 부엌의 시학 161

| 밥하는 시간 167 | 밥 먹는 시간 173

5하루하루 집의 시간

초승달과 아궁이 183 | 공간의 발견 190 | 마당 예찬 196 | 내 슬픔을 위한 자리 204

별채, 고독과 환대 사이 211 | 상량식을 하다 216 | 집의 정신성 222

6삶은 어쩌다 햇살

지금 여기, 보통의 존재 231 | 오리 날다 237 | 봄은 소란하다 244 | 봄의 할매들 251

쪽동백의 시257 | 느티나무의 시간 263

7관계를 맺는 시간

우리가 공부하는 시간 273 | 따로 또 같이 283 | 오래된 것들은 아름답다 290

| 농사 일기 296 | 하늘이와 나 303

저자의 말 312

 

책 속에서

압력밥솥 뚜껑을 열고 김이 막 오르는 밥을 나무주걱으로 살살 젓는다. 먹빛이 도는 자그마한 자기 그릇에 소복이 담는다. 현미잡곡밥에 들깨미역국, 두부구이, 김치, 식탁에 단정히 앉아 손을 모아 감사드린다.

한 입씩 먹는다. 현미밥은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밥이 다 넘어가면 국을 뜬다. 미역의 미끌한 느낌과 들깨의 고소한 향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현미유에 구은 따뜻한 두부의 말랑하면서도 쫄깃한 맛, 약간 신 김치의 톡 쏘는 알싸한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먹는다.

저무는 햇살이 갓 튀겨낸 튀김처럼 투명하게 바삭거린다. 반찬으로 가을 저녁의 햇살을 한 줌 뿌린다. 딱새 한 마리 먹이를 물고 소나무 가지에 앉았다. 함께 식사를 한다.(......) 한 끼 밥을 대하는 태도가 나를 대하는 태도, 내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밥을 정성스럽게 먹는 행위는 나를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이고, 내 삶을 정성스럽게 창조하는 일이다. -178p

 

비로 쓸면 천천히 내 속도대로 일을 하게 된다. 내 몸을 느끼고 방바닥을 느낀다. 청소와 청소하는 내 몸이 분리되지 않는다. 청소를 하면서 나 자신이 맑고 단단해진다. 단정해진 방에서 나 또한 단정해진다.

호미로 밭을 갈 때 흙의 냄새와 흙의 부드러움, 촉촉함을 손과 발, 온몸으로 감촉하게 된다. 그럴 때 몸의 즐거움이나 든든함이 생겨난다. 몸으로 살면 다양한 감각과 감수성이 살아난다. 내 생명과 타 생명, 사물과의 공명대가 생긴다.

일상의 여러 가지 일들, 이를테면 차를 마시거나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할 때, 청소를 하거나 마당의 풀을 뽑을 때 내 몸과 함께 있으면 일상의 순간순간이 빛난다. 지루한 일이 되기보다 깨어 있는 순간들이 된다.-103p

 

누구나 자신의 공간에 있을 때 자기답다고 느낀다. 평생 밥을 해도 부엌을 자신의 공간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공간이 어디인가? ‘내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가 믿어지는공간은 어딜까? 그런 공간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얼마나 다를 것인가?

부엌을 자기 공간이라고 느끼고, 그곳에서 비로소 자신이 믿어지는 사람의 삶을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의 삶은 든든해 보였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남다른 기품의 원천을 알 것 같았다. 그건 가장 근원적인 것에 정성과 애정을 바치는 이에게서 느껴지는 삶의 품격이었다. 나는 부엌이라는 공간의 외관을 관찰하고 찾아보는 내 행위의 부질없을 깨달았다. -105p

 

몸을 무시하면 명민한 몸을 갖기 힘들다. 그렇게 되면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기쁨을 누릴 수 없다. 그저 밋밋해 보이는 것들, 이를테면 날씨의 변화라든가, 몸의 변화 등 삶의 기초적인 것들에 둔감하다. 밋밋한 행위에서 빛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에 빛이 들어오기는 어렵다. 삶의 90퍼센트는 그런 밋밋한, 보이지 않은 것들이 지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당연한 세계가 근원적인 세계다. 이것을 무시하고 특별한 무엇을 아무리 해도 실은 허망하다. 늘 특별한 것을 추구하면 일상에 무뎌진다. 내가 그토록 공허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공허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던 이유다. 우리 삶의 근원적인 토대를 단련시키지 않으면 허무해지기 마련이다. -117~8p

 

겨울밤, 어두워지는 마당에 연기 내음이 깔린다. 커피 볶는 향과 콩 삶는 향이 어우러진 것 같기도 하고, 낙엽 태울 때의 매캐하면서도 아련한 냄새 같기도 하다. 세상은 어둠으로 깊어지는데, 그 깊숙한 어느 곳에선가 나오는 듯한 원초적인 냄새. 그리움이 아련히 묻어 있는 냄새다. 아궁이 불이 잦아든다. 위엄으로 가득했던 한 세계가 사그라진다. 내 몸도 위엄으로 잦아드는 듯 고요하다. 매일 불을 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을 하면서 몸에는 나와 세상에 대한 신뢰로 굳은살이 조금씩 붙는다.

이제 달은 지고 밤하늘 가득 별이다!-189p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백 년이 넘은 낡은 집이다. 이 집은 삶의 원형 같다. 어떤 과장이나 왜곡 없이 단순하고 평화로운. 삶은 원래 그런 게 아니었을까. 육 년을 함께 산 늙은 개 하늘이가 가장 평화로운 곳을 찾아 따뜻하게 제 생명을 향유하는 것처럼, 삶은 그렇게 단순하고도 아름답고 절실한 그 무엇이었을 게다. 그 절실한 고갱이를 회복하고 온몸 깊이 새기는 과정이 앞으로 남은 나의 삶이다.-10p

 

마당은 내가 가꾸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내가 알 수 없는 공간이고 마당에서 만나는 자연은 나를 내 안에 가두지 않게 한다. 스스로를 넘어서게 한다.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이며, 내가 겪는 숱한 일들이 이 자연의 생멸 속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209p

 

내가 아무리 고통과 슬픔 속에 있어도 자연은 그토록 생기롭다는 사실이 절대적 위로가 된다. 내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것. 인간의 조간 안에 갇히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 그것은 나를 안심시키고 또 안심시킨다. 나를 떠난 더 큰 세계로 확장시킨다. 나는 슬픔으로 열린다. -209p

 

저 너머를 바라보다가 지금 여기, ‘이 세상으로 온 거다. 비로소 세상 속에서 터져나오는 기쁨이 보인다. 하찮게 여겨, 보이지도 않던 것들이 보인다. 작고 여린, 세세한 생명들이 보이고, 그것들이 작지 않은 생명임이 보인다. 봄의 터져나오는 기쁨에 온몸을 담글 수 있다. 나 또한 그 숱한 생명의 하나로 이 지상에 함께 존재한다는 연대감에 깊이 안도할 수 있는 것이다.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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